카카오뱅크가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를 획득하며,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의 태국 시장 재진출에 성공했다.
19일 태국 재무부는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가 획득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서 철수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태국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하다. 태국은 2023년 ‘첫 가상은행 출범계획‘ 발표를 통해 디지털 경제 활성화와 금융 인프라 혁신,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접수받은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9개월 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포함해 3개 컨소시엄에게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디지털 뱅크 구축 경험과 높은 기술력, 현지화 역량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선정됐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이어왔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SCB(시암상업은행, Siam Commercial Bank)를 포함해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Card X,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Innovest X 증권 등 20여 개의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태국의 대표 금융지주사다.
금융 기술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태국의 대표적인 핀테크기술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디지털은행인 위뱅크(WeBank Co., Ltd.)의 자회사인 위뱅크 테크놀로지 서비스(WeBank Technology Services Limited)는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첨단 혁신 기술을 제공한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되며,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K-금융의 세계화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가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이자 IT플랫폼인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3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체결한 금융 컨설팅 계약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의 아이디어가 담긴 슈퍼뱅크의 신규 서비스도 하반기 인도네시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슈퍼뱅크는 인도네시아 내 각종 디지털 뱅킹 어워드에서 상을 휩쓸며 혁신성과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아이디어를 차용한 소액저축상품 쯜릉안(Celengan, 저금통)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로부터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금융상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